이미지 크게보기

4·11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통합진보당(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이석기(비례대표 2번) 의원이 중복 인터넷주소(IP)를 통한 온라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은 중복IP 투표수에서 2위 득표자와 3600표 가까이 차이를 내 부정투표의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번 분석 결과는 부정 경선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진보당 신 당권파의 1, 2차 진상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석기 의원의 국회퇴출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선정 투표에서 1위를 했으나, 여성 우선 배정원칙에 따라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회 회장에 이어 2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4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가 진보당의 당원명부(선거인명부 포함)와 투표 결과 등을 대조해서 얻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중복 IP를 이용한 온라인 투표가 조직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복 IP로 온라인 투표했다는 것은 하나의 노트북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2명 이상이 투표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체 온라인 투표 당원 3만6486명(온라인 투표자는 전체 투표 당원의 85.2%) 중에서 동일 IP가 2개 이상인 경우가 51.8%나 돼 한 명의 당원이 여러 명의 이름으로 중복·다중 투표를 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동일 IP가 100개 이상인 경우도 8건(1347명)이나 나와 이 같은 대규모 중복 투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P별 중복투표 주요 사례에서 특정 후보 1명이 득표율 100%를 기록한 사례 또한 12건이나 발견돼 몇 명의 당원이나 제3자가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표 몰아주기를 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온라인 투표자의 IP를 따라가보니 전남에서 하나의 IP로 286명이 투표했고 이 사람은 ‘O’라고 하는 후보자에게 100% 투표한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중복 IP로 온라인 투표를 한 사람 중에는 컴퓨터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인 60대 이상이 1197명(70대 이상 305명)이나 포함돼 유령 당원 내지는 명의만 빌려 받은 일반인이 투표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진보당의 경우 당원들이 주로 20 ~ 40대의 청장년층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터넷 투표에는 80대 이상이 27명, 심지어 90대 이상도 2명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특히 동일 주민번호 6개, 동일 휴대전화 번호 10개, 존재하지 않는 형식의 주민번호와 휴대전화 번호가 각각 7개와 11개가 발견되는 등 불법 대리투표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상당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