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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와 유럽 재정위기, 중국 저성장이라는 악재에 다시 둘러싸인 세계 경제가 탈출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유가는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 경기침체를 촉발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 및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세계 경제가 좌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경제분석기관들은 최근 이러한 악재들의 위험도가 높아졌다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20일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위험 레이더’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하며, 고유가와 중국의 저성장 등의 위험도는 최근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가장 크게 부각된 위험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유가”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면 미국 경제의 회복이 방해받고, 중단기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최근 20년간 연평균 10%의 높은 성장을 보였던 중국이 저성장에 접어든 것도 위험요소라고 밝혔다. 피치는 2012년과 2013년 중국이 8%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중국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8.3%)를 밑돈 8.1%였다.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9.7%에서 2분기(4∼6월) 9.5%, 3분기(7∼9월) 9.1%, 4분기(10∼12월) 8.9% 등 하락세다.

피치는 새로운 위험요소로 유럽 경기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를 지목했다. 피치는 “(재정위기에 따른) 긴축 정책은 경제성장을 막고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될 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 중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벨기에 등 9개국은 지난해 3, 4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경기침체에 들어간 상태다. 유로존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3%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유로존 역성장이 최소 올 3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신흥 시장인 아시아 지역의 자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3월 아시아 유동성 스트레스 지수(LSI)는 전월대비 0.9%포인트 상승한 15.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LSI는 투기등급(SGL) 기업 중 유동성이 가장 낮은 SGL 4를 받은 기업의 비중을 측정하는 지수로, 유동성이 악화되면 상승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SGL 4등급을 받은 기업수는 지난해 12월 9개사에서 3월 14개사로 늘어났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