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엽기살해 사건 및 경찰의 부실수사와 관련, 현행 112신고 시스템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112시스템이 오히려 치안을 방해하고 있다”며 112신고 시스템의 근본적인 수술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강력범죄 대처를 위한 세부 매뉴얼 확보 ▲우수 전문인력의 집중 배치 ▲생명·인권교육의 대폭 강화 ▲사건장소를 콕 집어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도입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술적인 부분과 관련, 신고자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GPS를 이용한 정확한 위치 추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우수 전문인력의 배치도 주문했다.

곽대경(경찰행정학) 동국대 교수는 “GPS 등의 장비를 통해 사건현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반경 50∼100m를 통괄하는 기지국 수색으론 한계가 있고 신고자의 10∼30m 반경까지 찾을 수 있는 GPS 등 보다 세분화된 수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현재 119의 경우엔 GPS 추적이 가능하지만 112는 아직 이 같은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 않다”면서 “현재 경찰에서 112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해 바로 GPS 추적이 가능하게끔 하고 있지만 대상이 19세 미만으로 한정돼 보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112센터의 대응 매뉴얼을 보다 정교화하고 신고 접수자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윤호(경찰행정학) 동국대 교수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모두 달라 매뉴얼이나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신고를 받는 사람이 자신의 경험과 판단력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보다 우수한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사, 형사과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배치된다면 보다 상황에 맞고 적합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112신고센터를 경찰 인력이 쉬어가는 곳, 혹은 ‘한직’ 등으로 인식하는 관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표창원(행정학) 경찰대 교수는 “우수 전문인력의 집중 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생명·인권교육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허위·장난전화의 경우 신고자에게 강한 배상을 청구하는 등의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권고도 나왔다.

박준우·김대종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