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서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오원춘(42)이 지난 5년간 국내에서 노동일을 했던 지역에서 135건의 여성 실종 및 살해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검찰과 경찰이 여죄 추적에 나섰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오씨의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점으로 미뤄 볼 때 초범자의 소행은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해당 지역의 미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관련성 파악에 나섰다.

10일 검찰 관계자는 “경찰로부터 오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여죄가 있는지 비슷한 살인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며 “여성 실종 및 살해사건이 발생한 전국의 일선서와 공조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날 오전 수원 중부경찰서로부터 오씨의 신병과 수사자료를 송치받았다. 검찰 송치 당시 오씨는 얼굴과 수갑을 가리지 않은 상태로 검거 당시의 쑥색 점퍼와 검정색 바지, 슬리퍼 차림 그대로 입을 다문 채 호송차량에 올랐다.

경찰 조사에서 오씨는 지난 2007년 9월부터 8회에 걸쳐 취업비자를 받아 국내를 들락날락하면서 경남 거제, 부산, 대전, 수원, 용인, 제주 등지에서 노동일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씨가 체류했던 기간 중 인근 지역에서는 135건의 여성 실종 및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135건의 사건 중 유전자(DNA)대조분석 결과 관련성이 없는 사건은 제외하고 유전자가 확보되지 않은 사건을 중심으로 연관성을 파악 중이다. 오씨는 해당 지역에서 주로 현장숙소와 여인숙에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사건 발생 지점의 폐쇄회로(CC)TV 판독 결과 오씨가 경기 수원시 지동초등학교 인근 골목길에서 지난 1일 오후 10시32분쯤 전봇대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지나가던 피해자를 쓰러뜨린 것으로 보아 계획범죄로 판단하고 있다. 오씨는 쓰러진 피해자를 바로 앞의 집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경찰은 이 같은 CCTV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부실수사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112신고를 했을 당시 경찰이 왜 신고현장 부근의 CCTV를 조사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주기자 everywhere@, 수원 = 김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