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12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2010년 4월 국회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지만 ‘남용 우려’를 이유로 2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국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0년 4월 경찰이 112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할 수 있도록 명시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개정안을 처리해 국회 법사위로 넘겼다. 하지만 법사위는 위치 조회권이 남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결국 법안소위로 회부돼 2년째 계류 상태다.

현행 위치정보법은 제15조에서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개인 또는 이동성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면서 긴급구조기관의 긴급구조 또는 경보발송 요청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긴급구조기관은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만 해당되고 경찰청은 제외된다.

법사위에 계류된 개정안은 긴급구조 요청 시 경찰도 구조 요청자의 ‘개인 위치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긴급구조 요청자의 생명·신체를 위협하는 급박한 위험에 처한 자 및 목격자, 피구조자로부터 구조 요청을 받은 자 등에 대해 경찰이 위치정보 제공을 요청할 경우 법원의 ‘사후승인’을 얻도록 했다.

현행 법률 하에서도 경찰의 위치추적은 가능하지만 반드시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았을 경우에도 소방방재청이나 통신사를 통해 공식적인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지난 1일 수원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위치를 설명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휴대전화로 위치조회 한번 해볼게요”라며 동의를 구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관측되고 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