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국의 역할’ 특강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같이 갑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한국외대 강연에서 짧지만 강렬한 한마디 한국어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30여분간 6 ~ 7차례 큰 박수를 받으며 이뤄진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강연은 핵 테러 원천 봉쇄 의지의 표현과 북한 핵 개발에 대한 단호한 비판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강연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미네르바 오디토리움’에는 1000여명이 꽉 들어차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테러리스트의 핵 물질 취득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핵 물질 확산 차단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도발에 대해 보상하지 않으며, 그런 시절은 끝났다”며 북한에 대해 강력 경고했다. 그가 “북한에 대해 평화를 추구하고 북한 주민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용기를 가지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을 평화적 핵개발의 모범사례로 꼽고, “핵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우리의 비전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폐허에서 번영을 이뤄낸 한국에 와보라고 한다”며 한국의 발전상을 거론했다. 특히 그는 “마침내 한국민들은 자유로운 하나의 민족이 될 것”이라며 “어떤 시련, 시험이든 함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핵과 외교 정책’이란 다소 무거운 주제로 강연하면서도 ‘스마트폰’, ‘미투데이’, ‘카카오톡’ 등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일일이 열거해 함성과 박수를 받았으며 “세계 사람들이 한류 열풍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날 검은 정장과 흰 셔츠를 말끔히 차려 입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방문하기 전에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소셜 미디어로 질문받았더니 ‘웹사이트에 들어가 오바마 지지자인 것처럼 글 남긴 적 있나’라는 질문이 있던데, 그런 적은 없다”며 “하지만 (자신의) 딸들이 그랬을 수도 (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오른 연단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번갈아가며 세워졌고, 연단과 가까운 좌석에는 성김 주한 미국 대사와 한승주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주요 인사가 자리했다. 특히 이날 한국외대에는 강연장 문이 열리는 오전 8시 이전부터 수백명이 입장을 기다리는 등 ‘오바마 열풍’을 짐작하게 했다. 연단 주위는 미국 백악관 경호팀이 직접 경호를 맡았고, 요소마다 경호인력이 배치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대학 강연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이날 강연은 KBS1 TV와 미국의 ABC 방송, 백악관 인터넷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김성훈·박준희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