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시 태어나면 스페인어를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외국어교육을 강조했습니다. 그런 분의 눈에 45개 외국어를 가르치고 스페인어 전공 총장이 있는 한국외대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2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서울 캠퍼스에서 만난 박철(63·사진) 총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강연을 앞두고 흥분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총장실에서 마지막으로 미 대통령 환영 원고를 다듬고 있던 박 총장은 “오늘은 지난 60년간 한국외대가 쌓아온 외국어 교육에 대한 노력과 글로벌 인재 양성이 빛을 보는 순간”이라면서 “현역 미 대통령이 한국을 찾아 강연하는 것이 처음인 데다가 그 역사적인 장소가 한국외대여서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2월 말 주한 미국 대사관을 통해 백악관 측에서 한국외대를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학 강연지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 총장은 “공식적으로 언론 보도가 나가기 전에 한국외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강연을 한다는 소문이 돌자 여타 대학들이 미국 측에 로비를 벌였지만 백악관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다자주의 평화외교, 글로벌 협력체제,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의 평소 철학은 한국외대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미국 초미의 관심사가 이란핵문제인데, 한국외대에서 이란어과를 오래전부터 개설하고 있는 점도 강연지 선정의 한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국외대 캠퍼스는 새벽부터 오바마 대통령을 보려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강연이 열리는 미네르바 오디토리움 건물 앞은 오전 5시부터 학생 100여명이 줄을 섰다. 맨 앞줄에 서 있던 경영학과 전황수(19)씨는 “강연회 입장권을 받긴 했지만 지정석이 아니라서 맨 앞에 앉으려 새벽 5시에 와서 줄을 섰다” 고 말했다.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300여명의 학생들은 건물 앞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에 올리거나 미 대통령의 입장 순간이라도 보겠다며 학교 정문을 서성였다.

박정경·이재동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