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2008년 7·3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당 대표 후보 캠프 내부조직과 원외의 외부조직을 동시에 추적하는 투 트랙으로 전개하면서 수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또 검찰은 캠프 내부 조직 인사들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해외순방 중인 박희태 국회의장과 국제전화로 수차례 연락해 사전에 입을 맞추면서 검찰 소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혐의 사실을 입증할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돈봉투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는 검찰과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박희태 의장 측간의 치열한 논리 공방이 예상된다.

12일 검찰은 고명진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에게 돈봉투 전달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캠프 재정 담당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돈봉투를 되돌려줬을 때 전화를 건 당사자라고 지목한 캠프 총괄담당 김효재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한 검찰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조 비서관과 김 수석비서관을 앞으로 조사하기 위해 현재 ‘아래’에서 부터 증거를 수집해 들어가고 있다. 12일 오전 고 전 비서를 다시 검찰로 불러 ‘누가 돈봉투를 전달하라고 지시했는지’ 집중 추궁 중이다. 고 전 비서는 전날 조사에서 “돈봉투를 돌려받은 것은 맞지만 돈을 전달하지는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 전 비서가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돈봉투 전달자는 ‘검은 뿔테 안경의 30대 남성’로 알려졌지만 검찰 관계자는 “검은 뿔테 안경은 아니고 금속성 안경테가 맞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전날에 이어 당시 경선과정에서 박희태 후보의 원외조직 담당이었던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도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안 위원장은 2008년 전당대회 직전 지역구 구의원 5명에게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나눠주라”며 2000만원을 캠프에서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캠프 내부조직과 외부조직의 수사는 고씨의 ‘윗선’인 조 비서관과 김 수석비서관, 나아가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위한 진술 및 증거확보 차원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