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구도 완화를 위해 도입이 논의됐던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제(석패율제)는 이번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도입이 쉽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는 제도의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패율제는 당의 절대적인 열세 지역에 출마한 후보가 비례대표로도 등록할 수 있게 해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를 하면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영남과 호남 등 한 당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다른 당 후보들도 당선될 수 있는 기회를 넓히자는 것이다. 안상수·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은 2010년부터 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석패율제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을 제출해 한때 제도 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도 했으나 정작 국회에서의 논의는 지지부진한 편이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들어서야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서 본격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선거가 가까이 오자 실제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으로, 석패율제 도입은 극히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영남 공세가 만만치 않아 제도 도입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점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에서는 민주당의 간판급 인사들이 영남에 출마하면서 일부 지역구를 내줄 수 있는 데다 석패율제까지 도입되면 의석 잠식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나라당에서는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선전했던 정용화 광주시장 후보, 정운천 전북도지사 후보 등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김대식 전남도지사 후보도 부산으로 지역구로 옮기는 등 오히려 호남 인력 유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연대 대상인 통합진보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이 신경 쓰인다. 비례대표 의석을 다수 확보해야 하는 통합진보당은 일부 비례대표 의석이 지역구와 결합되게 되면 손해를 볼 것이라 보고 석패율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여야가 이런 식으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결국 여야 합의 하에 석패율제 도입이 유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