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사실상 현행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와 함께 ‘4·11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돈봉투와 연관된 불법행위가 발견되는 즉시 후보 자격을 박탈키로 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2일 열린 비대위에서 격론 끝에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에 대해 더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황영철 당 대변인이 밝혔다.(문화일보 1월11일자 1면 참조) 황 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 삭제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보수 표기가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논의하겠다”면서 “보수 삭제 문제를 넘어서 중도, 국민 대통합을 위한 부분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당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를 시대 변화에 맞게 다듬는 것은 필요하지만, 정책쇄신 작업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보수 관련 논쟁이 계속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위원장의 언급은 ‘보수’ 표현 삭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박 위원장은 전날 강원 춘천시의 한 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보수라는 정체성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강정책에 관한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또 이날 회의에서 “국민은 재창당이냐 아니냐는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쇄신에 어떤 내용이 담겼고 어떻게 실천하느냐를 보고 한나라당의 변화를 평가할 것”이라며 ‘재창당론’도 일축했다. 그는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쇄신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는 박 위원장이 약속한 ‘재창당을 뛰어넘는 수준의 쇄신’을 ‘재창당을 포함한 쇄신’으로 이해하고 있는 친이(친이명박)계 및 중도 쇄신파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만용·김동하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