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전대) 300만원 돈봉투 파문이 당내 계파 및 의원들 간 이전투구, 감정싸움으로 치달으면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는 돈봉투 살포 의혹이 당 대표를 뽑는 전대를 넘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으로까지 옮겨붙자, 친박계에선 “조직동원하고 돈 뿌린 건 이명박 후보측 아니었느냐”고 흥분했다. 이에 친이계는 “박근혜 캠프도 전대 때 수백대 버스, 수천명의 대의원을 동원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박근혜’도 깨끗한 손은 아니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또 돈봉투로 인한 ‘4·11 국회의원 총선거 쓰나미’를 우려하는 수도권 친이계는 “한나라당의 수명이 다했다”며 재창당을 주장하는 반면, 친박계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당 간판만 바꿔다는 건 속임수”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친박계 일부에서는 “대표 등 지도부를 뽑는 전대가 아니라 정강정책을 고치고 당명을 바꾸는 재창당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등 달라진 기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내용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간판만 바꾸는 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창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돈봉투 이전투구 = 친이계 홍준표·원희룡 의원의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쪽도 조직동원을 했다’는 지적에 친박계가 총력방어로 나섰다. 당시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이었던 홍사덕 의원은 12일 MBC라디오에 출연,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비용은 발생했겠지만 자발적인 조직이 많았고, 선대위원장이 돈을 모아서 보내는 시스템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쇄신파 정두언 의원은 SBS라디오에 나와 “당이 막장으로 가고 있다”며 “정치권이 스스로 깨끗해지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누구를 흠집내고 거꾸러뜨리기 위해서 그런 얘기를 한다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창당 재점화 = 정 의원은 “한나라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고, 국민들에게 표를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재창당을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재창당에 반대하는 박 위원장을 겨냥, “재창당을 뛰어 넘는 쇄신을 하겠다고 그랬는데 그게 아직도 안 보이고 앞으로도 안 보인다는 것”이라며 “박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 땅의 보수와 나라를 바로세우겠다는 생각을 하면 무서울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재창당은 선언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 뒤 복잡한 법률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상임전국위원회, 전대를 거쳐야 하는데 총선 석 달 남기고 그런 절차를 거치자고 하는 게 기백이나 기상은 좋지만 현실감각과 조금 떨어진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