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 D-90인 12일까지 여야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농촌 지역구 통폐합, 국회의원 정수 및 비례대표의원 정수 유지 여부를 둘러싼 입장차 때문이다. 여야 모두 나름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지만 선거구 조정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조차 “이달 내에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며 타협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농촌 통폐합’ 둘러싼 이해충돌 = 현재까지 공식화된 선거구 조정방안은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방안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이 제시한 방안 등 2가지다.

선거구획정위안은 최소 선거구의 인구하한선을 10만3469명으로, 최대 선거구의 인구상한선을 31만406명으로 맞췄다.

이에 따르면 ▲경기 수원권선 ▲이천·여주 ▲용인수지 ▲용인기흥 ▲파주 ▲충남 천안을 ▲강원 원주 등 7개 선거구가 분구 대상이다. 또 부산 해운대기장갑·을 선거구를 해운대갑·을과 기장으로 분리하도록 해 늘어나는 선거구는 총 8개가 된다. 대신 ▲서울 성동갑·을 ▲부산 남갑·을 ▲전남 여수갑·을 등 2개로 돼 있는 선거구가 단일 선거구로 통합되고 ▲서울 노원갑·을·병 ▲대구 달서갑·을·병 등 3개로 돼 있는 선거구가 2개 선거구로 재편된다. 총 3개의 선거구가 늘어나는 이 방안은 국회의원 정수(299명)를 늘리거나 비례대표 의석(56석)을 줄여야 하고, 오는 7월 출범하는 세종시를 독립 선거구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안을 내놨다. 일명 ‘4 + 4 안’으로 불리는 이 방안은 ▲경기 파주 ▲용인기흥 ▲강원 원주 등을 2개 선거구로 분구하고 세종시 선거구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경남 남해·하동을 사천에 ▲경북 영천을 영천·군위·의성·청송에 ▲경북 상주를 상주·문경·예천에 ▲전남 담양·곡성·구례를 광양에 통폐합하도록 했다.

한나라당은 아직까지도 민주당 방안처럼 구체화된 선거구 조정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제시한 농촌 지역 선거구 통폐합에는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안이 채택될 경우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선 지역구가 3개 줄어드는 반면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선 지역구가 1개만 줄어들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난색을 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의원정수 유지 여부도 쟁점 = 농촌 지역 선거구 통폐합에 반대하는 것은 “인구 대표성 못지않게 지역 대표성도 중요하다”는 나름의 명분을 등에 업고 있다. 전남 담양·곡성·구례 선거구의 김재두 민주당 예비후보도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농촌 지역 선거구를 생활권이 다른 인접 도시와 무리하게 합치는 것은 국회가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농촌 지역 선거구 통폐합을 억제할 경우 의원정수를 늘리거나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 선거구획정위안과 달리 한나라당은 세종시 선거구 신설에는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럴 경우 국회 의원정수를 4명 늘리거나 비례대표 의석을 4석 줄여야 한다. 두 가지 모두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