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영입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들이 당내외에서 본격적인 ‘신상털기’를 당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이 한나라당의 원군 역할을 맡은 것을 계기로 진보 세력의 공적이 됐을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친이(친이명박)계 구주류를 향해 연이어 화살을 쏘고 있는 이들이 달갑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의 전면에서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한 당내외의 저항과 공세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대표들의 책임론과 용퇴를 주장한 일부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가장 적극적으로 전직 지도부 책임론을 설파하고 있는 이상돈(중앙대 교수) 비대위원을 향해선 이념적 정체성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반대하는 이유가 천안함 폭침을 부정했기 때문인데 이를 부정한 사람이 이 비대위원”이라고 말한 것이다. 실제로 이 위원은 지난해 천안함 침몰이 외부 공격이 아닌 선체 내부의 누수 사고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홍 전 대표는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김종인씨는 내가 검사시절에 (뇌물사건)자백을 받았던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앞서 27일 친이계 전여옥 의원은 김 위원이 과거 뇌물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뇌물을 받아 의원직을 잃은 분이 한나라당을 쇄신해야 하느냐”며 “분명 퇴보고, 반(反)쇄신”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2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김종인·이상돈 등 세 분은 예전부터 자주 만났다고 한다. 이상돈 위원이 직접 이런 얘기를 한다더라”는 얘기를 꺼낸 뒤 “친이계를 향한 음모가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실제로 당내에선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김종인·이상돈 위원의 친분을 거론하며 “비대위가 아니라 박근혜 자문단 같다”고 꼬집는 반응이 나왔다.

비트컴퓨터 대표인 조현정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흠잡기가 시도되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비트컴퓨터 주가가 조 위원의 비대위 참여로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26세 벤처기업인 이준석 비대위원도 ‘신상털기’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병역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일부에선 이 위원이 운영하는 회사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만용·김동하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