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생각에 잠긴 박근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외부 비대위원들이 ‘이명박 정부 핵심·실세 인사 용퇴론’ 등 정제되지 않은 개인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등 난맥상을 보이면서 공식 출범 3일 만에 삐거덕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공개적으로 자제와 우려를 표명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우려 표명에 앞서 당내 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의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돈 비대위원이 전날 주장한 ‘이명박 정부 핵심·실세 인사 용퇴론’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의 국정 실패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나는 모르겠다’며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며 “이런 모습으로 국민한테 쇄신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쇄신에 대해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현정(비트컴퓨터 대표) 비대위원은 “어떤 사람들을 바꿔야 하냐”는 질문에 “기업하는 사람은 제로섬 게임을 싫어한다”며 “누구를 살리려고 누구를 죽이겠다는 그런 논리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비대위원도 “비대위원들은 친이(친이명박)계,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한 생각이 없는 사람이며 인적 쇄신 대상으로 특정인을 내세울 수는 없다”며 “하지만 국회의원을 오래하신 분들 중 제 역할을 못했다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분들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클라세스튜디오 대표) 비대위원은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용퇴를)결심하실 분들이 있다”며 “한나라당 의원이나 전체 국회의원의 대표성을 말할 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그런 측면에서 (국회의원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의 이 같은 발언 파문이 확산되면서 한나라당이 내홍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용퇴 압력을 받은 친이계가 집단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용퇴론이 친이계를 넘어 친박계 중진들까지 겨냥하고 있어 당이 쇄신에 앞서 자칫 분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비대위가 무슨 국보위냐. 이재오·정몽준 의원 다 나가고 박근혜 비대위원장 혼자 다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