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반(反) MB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인사들의 책임론 등을 일부 비대위원이 주장하자 친이계가 격앙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29일 의원총회장에 들어가면서 이상돈(중앙대 교수) 비대위원의 “개인적 의견”이라고 정리, 파문진화에 나섰지만 친이계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 측과 교감하에 발언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후 박 위원장이 어떻게 조치하는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사태 전개에 따라 지난 2008년 총선 때의 친박(친박근혜)계 대량 공천학살 같은 일이 이번에는 친이계에 대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직은 “박근혜 전 대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선 탈당 등 딴살림을 차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친이계 의원은 “비대위가 5공화국 국보위냐, 점령군이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인적쇄신은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서 하지 않고 특정인을 지목해서 하자고 하면 큰 사단이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에 “일개 교수가 마치 개혁의 선봉장이나 되는 것처럼 칼을 긁어대는 게 공천이냐. 그런 막말은 개혁이 아니다. 불출마하길 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재오 의원의 핵심측근은 전화통화에서 “이상돈 교수가 제대로 사고 치고 있다”며 “친이 친박 계파 없다면서 친이 주류는 다 물러나야 한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용퇴론’의 대상으로 거론된 전직 대표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야 쇄신이 되지 않겠느냐”고 덤덤하게 반응했다. 정몽준 전 대표 측은 “개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말 아니겠느냐”며 의미를 축소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