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외부 비대위원들의 거침없는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용퇴론’ 등의 발언으로 파장이 일자 발언 수위를 후퇴시키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내 내홍조짐이 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9일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상돈(중앙대 교수) 비대위원은 28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타깃으로 용퇴를 촉구한 데 이어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몽준·안상수·홍준표 전 대표 등에 대해 거론한 것이다. 또 그는 “박근혜 비대위원장 주변의 염색한 노인, 연로한 측근 정치인들은 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을 싸잡아 공격한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검증 받지 않은 비대위원들이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고 반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이 위원 등은 자신들의 발언 수위를 낮추는 등 수습을 하려는 분위기다. 이 위원은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 핵심 및 실세 인사 용퇴론에 대해)불출마는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등의 사과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발언 수위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이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은 29일 “개인적인 의견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위원은 “이 위원의 (현 정부 실세 인사 용퇴론) 발언은 평상시 하던 말이며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단정적으로 비대위가 그렇게 결론 내린 것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확대해석을 우려했다. 김 위원은 ‘MB탈당’에 대해 “대통령 선거일이 내년 12월19일로 이 대통령의 실질적인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아 국정운영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대통령 탈당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핵심의원도 “박 비대위원장 뜻도 (이 대통령) 탈당 요구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비대위원의 개인적 발언이 자칫 당내 분란의 빌미되거나 박 위원장의 뜻으로 오해되거나 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상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의 반발은 계속될 조짐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으로 뽑혔다고 마치 완장이라도 찬 사람처럼 말을 함부로 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권력은 조직의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도 “대학교수이다 보니 좀 정제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신선종·김하나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