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조선중앙TV ‘사망 발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열차로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고 보도하면서 북한 조선중앙TV 여자 아나운서가 울먹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남북관계 및 한반도 주변정세가 당분간 요동칠 전망이다. 북한은 최근 들어 한·미 양국과 북핵대화 재개를 모색하면서 중·러 양측과도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김 위원장의 급서로 인해 이 같은 대외행보는 올 스톱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로 규정한 북한은 최근 들어 주변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사건 이후 뚜렷해진 고립화 경향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이 같은 모색은 모두 중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주변정세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때처럼 경색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 사망 이후 1∼2년간 대외행보를 삼간 채 체제 이완 방지를 위한 내부 다지기에 주력한 바 있다.

우선 북·미 대화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은 오는 2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미 3차 대화를 열 예정이었으나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해 이 같은 대화는 어렵게 됐다. 미국은 19일 워싱턴에서 북·미 3차대화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것 또한 무기 연기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앞서 북·미 양측은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의 중단과 함께 이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수용하고 미국은 총 24만t의 대북 영양지원을 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외교부 핵심당국자는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에 따라 북·미 대화는 현실적으로 열리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관련국들이 모색해온 북핵 6자회담 재개 움직임도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양측도 식량지원 및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을 매개로 대화를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었으나 남북대화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북한은 이와 함께 내년 강성대국 진입의 해를 앞두고 중·러 양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왔으나 이 같은 협력도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올 들어 중국 해군함대에 원산항 입항을 허용한데 이어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총괄하는 군사령관을 초청하는 등 중국 및 러시아와 군사교류 및 협력을 부쩍 강화해왔다. 실제로 지난 8월 중국 해군훈련함대 소속의 정허(鄭和)호와 뤄양(洛陽)호가 4박5일간 원산항을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리지나이(李繼耐) 총정치부 주임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