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고 이청호 경사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14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 =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비통함과 애통에 잠긴 오늘, 우리 1000여명의 인천 해양경찰 가족 일동은 가슴 메이는 슬픔을 안고 고 이청호 경사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

14일 오전 10시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중국 어선들의 서해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고 이청호(41) 경사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고인이 숨을 거둔 그날 새벽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던 장성원 순경이 고별사를 읽으며 감정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자 이를 지켜보던 조문객들도 입은 굳게 다문 채 고개를 숙여 슬픔을 억눌렀다. 바다를 목전에 둔 하늘은 안개에 묻혀 너무나도 흐렸다.

해양경찰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고인의 유족을 비롯해 동료 경찰관 등 8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장녀 지원(14)양과 장남 명훈(12)군, 차남 명헌(10)군을 품에 안은 고 이청호 경사의 부인 윤경미(37)씨는 영결식이 진행되는 중간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윤씨는 결국 고인에게 헌화를 하는 과정에서 영정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주저앉았고 경찰관들의 부축을 받은 후에야 물러날 수 있었다. 고인은 많은 사람의 슬픔과 애도 속에 불법 조업을 단속하기 위해 항상 배에 올라탔던 이 부두, 이 바다에서 이름 그대로 푸르름(청)을 좋아(호)하던 ‘바다 사나이’로서 고이 잠들게 됐다.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조사에서 “각종 흉기로 무장하고 우리의 바다를 노략질하는 불법조업 선박들에게, 당신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대한민국 공권력의 상징이었다”며 “우리의 해양주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하고도 엄정한 법집행으로 대한민국의 국권을 우뚝 세울 것”이라고 해양 주권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고 이청호 경사의 부인 윤씨에게 서한문을 보내 “정부는 고인의 의로운 행동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할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고인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고인을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시켰다.

1996년 특전사 예비역 중사로 전역한 고인은 1998년 순경 특채로 해양경찰이 된 이후 특수 구조단, 특수 해상기동대, 특공대 폭발물 처리팀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바다 위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해 왔다. 2008년 9월 인천해양경찰로 전입해 나포조로 투입된 후부터는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에 선두로 진입해 저항하는 선원들을 제압하는 임무를 맡았고 숨을 거둔 그날도 임무 수행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시신은 인천시립 승화원에서 화장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임시 안치됐다.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심사를 통해 고인의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 = 유민환·장병철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