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대사관에 공기총 공격으로 추정되는 쇠구슬이 날아들어 중국 공안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13일 오후 5시쯤 외부에서 쇠구슬이 날아와 대사관 내부 경제동(棟)의 대형 방탄 유리창에 금이 갔다. 쇠구슬은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탕비실을 겨냥해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공안국이 출동해 진상조사를 벌였으며 현장에서 쇠구슬을 거둬 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대사관에 뭔가 날아왔고 그것이 쇠구슬인지 총탄인지,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쐈는지 등을 중국 공안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면서 “대사관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 총기의 격발음이 들리지 않았고 쇠구슬의 형태로 볼 때 공기총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한국대사관 개관 이래 이런 피격사건은 처음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문제의 쇠구슬이 사람을 겨냥했으면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일단 깨진 유리창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해 어느 방향에서 문제의 쇠구슬이 날아들었는지와 누가, 어떤 목적으로 피격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2일 서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선장의 해경특공대원 살해사건으로 중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감정이 악화하는 가운데 발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경살해사건 발생 이틀째인 13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라이트코리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재경향우회 등의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규탄 집회를 벌였다.

집회 과정에서 중국 국기를 불태우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달걀을 대사관에 던지는 등의 과잉행동이 빚어지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승용차 한 대가 중국대사관으로 돌진하려다 가로막고 있던 경찰 버스의 측면을 들이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한국 내의 중국 규탄 분위기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국에 전해지면서 이에 격분한 중국인이 공기총을 이용해 주중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