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청호 경사 눈물의 영결식 고 이청호 경사의 영결식이 열린 14일 오전 인천 중구 북성동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미망인 윤미경씨와 유가족들이 오열하며 영정과 함께 영결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중국선장의 해경특공대 살해사건 이후 정부의 외교적 대응과 근절 대책이 3년 전 박경조 경위 사망 사건 때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대책으로 인해 결국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와 폭력저항이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14일 오후 육동환 국무차장 주재로 외교통상부, 법무부, 해경 등 관계 부처 실·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을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의 대책은 ▲재발 방지를 위한 외교적 대응 ▲단속의 실효성 강화 ▲단속·감시·처벌 관련 제도 개선으로 줄기가 잡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내놓은 대응·대책은 지난 2008년 9월25일 박경조 경위 사망 사건 때의 재탕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지난 12일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대신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다. 정부는 3년 전에도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가 나름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고, 중국 어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중국대사의 답변도 3년 전과 동일하다.

정부가 13일 ‘강력하고 실질적인’ 대책으로 내놓은 단속 인원·장비의 보강도 사실 3년 전 내놓은 대책의 재탕이다. 정부는 2008년에도 해경 특수기동대 창설, 함정 증가 배치, 고압분사기 및 전자충격총 등을 확보해 중국 선원의 저항을 사전에 무력화하고 해경의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는 어업지도선의 단속 기능 강화가 포함돼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대책으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와 흉포화되는 폭력저항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인섭(법학부) 서울대 교수는 “우리 어선이 일본 해역을 침범하다 검거되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규모가 크고 항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며 “정부가 최근 중국 어선에 대한 벌금을 상향 조정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중 어업협정 개정과 수산단체들의 약정을 통해 중국 어선의 조업 척수를 줄이고, 자율적인 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중·일 3국의 수산단체들은 민간어업협력에 관한 약정의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2005년부터 한·중·일 민간어업협의회를 개최해 오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