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안을 제시한 직후 미국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곧바로 화답해오면서 ISD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과 ISD와 관련해 어떤 내용을 논의할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 후 여론 수렴을 거쳐 협상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ISD의 절차적인 문제나 투명성 등에 대한 보완은 가능하겠지만 폐지 등 협정문 자체를 손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ISD에 대한 의견들이 상당히 산발적으로 표출돼 현재로서는 의견 수렴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면 정부는 한·미 FTA 발효 뒤 미국 측과 성실히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현 단계에서 미국 측과의 논의 결과를 예상하기는 이르다”면서 “아직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ISD에 대한 논의는 지난 10월 말 양국이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첫 회의를 소집하기로 합의한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이뤄지게 된다. 서비스·투자위원회는 양국이 공동위원회 산하에 만든 별도의 위원회로 어느 한 국가가 제기하는 특정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양국은 이미 ISD 제도 운용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논의키로 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1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 늦어도 3월 말에는 ISD 논의를 위한 첫 회의가 열릴 전망이다.

양국 간 회의에서 논의가 ISD를 그대로 두되 야권에서 주장하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절차상의 투명성 등을 강화하는 선이면 간단히 매듭지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ISD 폐지나 ISD 관련 협정문 수정까지는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