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의총에서 협상파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와 전향적 제안을 했고, 미국에서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 만큼 당론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무기명 투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에 맞서 공개 의총을 요구했다. 손학규 대표도 ‘선(先) ISD 폐기, 후(後) 비준동의안 처리’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강경파와 협상파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당내 협상파들은 이날 의총을 통한 당론 변경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봉균 의원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투표로 정하자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당론 표결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재협상을) 해보겠다고 말했고 미국도 할 수 있다고 했으니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제안은 미흡하지만 진일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파는 이날 조찬회동을 하고 의총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전의를 불태웠다.

이와 관련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자병법에 ‘진불구명 퇴불피죄(進不求名 退不避罪·장수가 나가서 싸우는 것은 이름을 구하고자 함이 아니고 물러서는 것도 죄를 피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며 “어떤 선택이 진정 나라와 당을 위해 최선인가를 의원들에게 묻고 총의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당론 변경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한·미 FTA 발효 3개월 내 미국에 재협상 요구’를 약속한 것은 민주당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반응”이라면서도 “ISD의 문제점을 양국이 인정했다면 비준 동의안 처리 전에 재협상을 통해 ISD를 폐기하고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당론을 바꿀 필요는 털끝만큼도 없다”며 “민주당 의총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것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의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밀투표를 실시할 경우 온건론이 득세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용섭 대변인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제안은 지난 10월31일 의총에서 부결된 원내대표 합의사항과 같다”며 “미국이 두세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의하는 모습만 보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이러면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훈·김병채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