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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논의키로 함에 따라 이제는 국내 정치권이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FTA 발효 후 ISD 논의 방침을 분명히 밝히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비준을 거부한다면 ‘반대를 위한 반대’인 동시에 한·미 FTA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ISD 논의에 들어가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정책 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의 권한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된 뒤에 이뤄지는 협상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정택(국제통상학) 인하대 교수는 1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에 이어 미국도 한·미 FTA가 발효되면 협의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 이상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붙잡는 것은 국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더 이상 명분이 없다”며 조속한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야권이 주장하는 재협상은 상대국의 비준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한데 이미 미 의회는 비준을 마친 상태”라며 “현실적인 제약을 감안해 찾아낸 유일한 방안이 이번에 양국 정부가 밝힌 한·미 FTA 발효 후 논의이며 이게 현실적으로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ISD 논의에 들어가면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의료 민영화 등 복지 정책과 관련된 권한을 우리 정부가 갖고 있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문안도 크게 문제는 없지만 다소 모호한 면이 있는 만큼 부속서 형태로 추가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교(경제학) 인하대 교수는 “ISD 문제를 이 대통령이 그 정도 이야기했으면 야권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 정도에서도 비준에 응하지 않으면 그동안 야권이 한·미 FTA 반대를 위해 정치적인 쇼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FTA통상실장은 “ISD 조항은 4년 전에도 있었던 부분인데 비준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뒤늦게 문제가 돼서 아쉽다”면서 “국익 차원에서 봤을 때 일단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고 논의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영(국제관계학) 한신대 교수는 “한·미 FTA 발효 후 90일 이내에 ISD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이야기”라면서 “(미국이) 지금도 들어주지 않는 문제를 도장을 찍은 뒤에 해주겠느냐”며 발효 후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김석·김남석·조성진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