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내서도 추모 열기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추모하는 행렬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 매장 앞에는 그를 추모하는 메모글들이 쇼윈도 전면에 빽빽하게 붙어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남다른 창조력과 열정으로 한 시대를 이끌었던 ‘IT황제’ 스티브 잡스도 결국 마지막에는 자식생각뿐인 ‘아버지’였다. 자신을 남에게 입양보냈던 친부모는 끝까지 외면하며 만나기를 거부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자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이 세상과의 작별을 앞둔 그를 괴롭혔던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전세계에서 동시발간될 전기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잭슨은 6일 타임지 인터넷판에 일부 공개한 글에서 “잡스는 자신의 아이들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책을 통해서나마 알게 해주고 싶어 했다”고 공개했다. 잡스는 아이잭슨으로부터 그동안 철저하게 유지해왔던 사생활 보호원칙을 버리고 책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한 동기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고 “ 일 때문에 아이들과 항상 함께하지 못했다”며 “아빠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아빠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이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고백했다. 타임지 편집장 출신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아이잭슨은 잡스 전기 집필을 위해 그를 40여차례 인터뷰했으며, 집필을 마친 이후에도 팔로알토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하며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잡스는 부인 로렌 파월과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고, 결혼전 여자친구인 크리산 브레넌과의 사이에 딸 리사가 있다.

아이잭슨에 따르면 잡스는 타계하기 몇주 전에는 2층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 정도로 상태가 극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잭슨은 “몇주 전 잡스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계단을 오르내리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1층 침실에 누워 있었다”고 소개했다. 당시 잡스는 방에서 통증을 느끼는 듯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 투병생활에 대한 일체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잡스의 마지막 모습이 측근에 의해 전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정신이 여전히 또렷했고 생동감 넘치는 유머감각을 보여줬다”고 아이잭슨은 회고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6일 팔로알토 경찰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애플사가 이미 이번 주초부터 잡스의 최후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경찰대변인은 잡스가 5일 사망하기 며칠 전 애플 보안팀이 경찰과 접촉해 “이번주 안에 (잡스 사망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유사시 인파가 몰릴 것에 대한 대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일각에서는 “잡스가 이미 죽었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것. 경찰대변인은 잡스의 자택이 별다른 차단시설없이 도로에 인접해 있어 많은 추모객이 몰릴 가능성에 대비해왔다고 밝혔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