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신드롬(The Jobs Syndrome)’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전세계가 애도와 슬픔으로 뒤덮이고 있다. 인종도 종교도, 성별도 학력도 국적도 없다. 잡스를 추모하기 위해 ‘애도 휴무’를 하는 기업이 나타나는가 하면 전 세계적으로 잡스를 추모하는 기나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고통이 심화하고 리더십 상실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시대적 아이콘’으로 인식돼온 ‘구루(대가)’를 잃은 데 대한 세인들의 상실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일부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잡스의 사망에 대한 슬픔의 표시로 ‘애도 휴무’를 결정하기도 했다.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는 개인 트위터에 “스티브 잡스의 사망을 애도한다”며 “그의 업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6일 오후 근무를 휴무했다”고 밝혔다. 다음, 네이버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는 잡스의 프로필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온라인 세상의 추모 열풍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거세다. 소셜미디어 전문업체 시소모스에 따르면 애플이 잡스의 사망 소식을 전한 뒤 5시간도 안 돼 잡스의 이름이 포함된 트위터의 수가 140만건이 넘었다. 잡스 사망 소식을 전한 @breakingnews 계정의 리트위트(트위터의 글을 다시 퍼나르는 것) 수는 1만1000건을 기록했다. 트위터가 생긴 뒤 사상 최고치다.

뉴욕 맨해튼의 애플스토어에는 추모의 꽃다발을 들고 잡스의 영면을 슬퍼하는 인파가 모여들고, 전세계의 애플 마니아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슬픔을 나누고 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6일 잡스가 별세하자 20년여 만에 처음으로 윤전기를 멈추고 기사를 대체했다. 잡스의 별세가 커버스토리로 긴급 대체된 것이다.

세계인들은 왜 일생에 단 한 번 얼굴조차 보지 못한 잡스의 사망을 이토록 슬퍼할까? 전문가들은 애플의 제품에 ‘잡스의 혼(魂)’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오정석(경영학) 서울대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진 ‘절망의 시대’라는 점도 시대의 비전을 제시한 잡스의 부재(不在)를 더욱 슬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이미숙·윤정아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