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꼭 다문 채 ‘출근 투쟁’을 벌이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31일 오전 갑자기 반나절 휴가를 냈다. 곽 교육감은 지난 26일 첫 의혹이 불거진 후 이틀 만에 “선의로 돈을 준 것”이라고 해명하고 월요일부터 사흘간 공식일정은 수행했지만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계속되는 곽 교육감의 침묵을 두고 ‘불리한 발언을 자제하고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법정 싸움을 준비하는 것’이란 일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한 진보성향 단체들마저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최측근인 강모 방송통신대 교수에 이어 부인까지 소환된 상황에서 모종의 결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오전 8시30분쯤 “곽 교육감이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휴가를 냈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측은 바로 전날까지도 정상 출근해 공식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밝혔었다. 갑작스러운 휴가에 대해 조신 교육청 공보담당관은 “부인이 이날 검찰에 소환됐기 때문에 오전 중에는 집에서 머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검찰이 선거 때 후보 사퇴 대가로 곽 교육감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체포한 사실이 알려지자, 곽 교육감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선의에 입각해 2억원을 줬지만 이는 후보단일화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을 뒤집은 데 대해 “무조건 부인보다는 ‘선의’를 내세워 법망을 피해가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곽 교육감은 이처럼 일방적으로 본인의 입장을 밝힌 뒤 나흘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출근길을 지키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시 교육청은 교육감 집무실이 있는 교육청 9층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곽 교육감에 가해지는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검찰이 곽 교육감의 부인 정모씨를 비롯한 측근을 줄줄이 소환하고, 진보 단체들도 즉각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세훈 선거법’에 따라 교육감 직을 유지한 채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받으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원받은 선거자금 35억여원을 반환해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