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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아일랜드, 다시 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12일까지 설정액 10억원, 설정기간 6개월 이상인 유럽 펀드 20개의 평균 수익률이 1.65%로 집계됐다. 6.08% 수익을 거둔 국내 주식펀드에 한참 뒤지는 수치다. 원금을 1.42% 까먹은 전체 해외 주식펀드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그나마 양호한 성적이다.

문제는 잠복해 있다가 불쑥 고개를 드는 유럽발 악재 때문에 기간별 수익률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20개 유럽 펀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50%지만 최근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2.21%로 큰 차이가 난다. 또 1개월 수익률은 0.64%, 1주 수익률은 -1.27%로 오르내렸다. 이러한 변동은 그리스 사태가 가라앉기 무섭게 다시 이탈리아에서 경고등이 켜진 탓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120%로 유로존 주요 국가들 중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더욱이 부채 상환 등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조달해야 할 자금은 올해 3633억유로(약 545조원), 내년 3809억유로로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PIGS) 4개국 합계와 비슷한 수준이다. ‘A+’ 수준인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을 고려하면 파산 가능성은 낮지만 유사시 파괴력이 그만큼 큰 것도 사실이다.

이탈리아마저 재정위기 공포에 휩싸이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유럽 펀드 비중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자금 흐름을 보면 유럽 펀드는 12일 현재 설정액 대비 순유출 규모가 1.50%로 매우 높은 편이다. 대만펀드(1.68%) 등 일부를 제외하면 해외 주식펀드 중에서 자금이탈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국채 만기가 계속 도래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어 펀드 투자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