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나가수)’에서 가장 안정적인, 아니 가장 높은 점수로 장기 생존율을 ‘보장’받은 이가 박정현(Lena Park·35)이라는 가수입니다. 대중음악계에서 박정현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지만, 일요일 오후 6시대 예능 프라임 타임에 불쑥 튀어나온 그의 존재를 일반 시청자들이 알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서바이벌이 시작되자마자 상황은 전혀 달라졌습니다. 첫 회, 이 작고 여린 여가수는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꿈에’)에 우뚝 섰습니다.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순위가 공개된 회에서 그는 2위(‘미아’), 1위(‘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에 올랐고, 비공개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머물렀다는 후문이 있을 만큼 모든 세대 시청자 평가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박정현은 미국 UCLA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교로 편입해 영문학을 다시 전공한 미국 교포입니다. 1998년 첫 음반을 내고 국내에 데뷔한 박정현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에서 음반을 내는 이색 활동으로 가려진 듯 안 가려진 듯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 불릴 만큼 뛰어난 가창력과 리듬앤드블루스(R&B) 창법을 자랑했습니다. 음색도 소위 ‘맑고 고운’ 소리로, 청량감을 주는 보컬로 유명했습니다.

사실 R&B 창법은 정통 발라드에 비해 기교와 리듬감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정박자에 물 흐르듯 부르는 창법에 익숙한 중·장년층에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박정현의 초기 음반에서 보여지는 스타일은 다른 이와 차별화를 두는 전략으로, 또 유행을 선도하는 측면에서 R&B에 치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젊은 음악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박정현은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정규 음반 7장, 그리고 자신의 음악을 ‘리메이크’한 음반을 통해 그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기교도 없애고, 절제도 지킬 줄 아는, 그러면서 청자(聽者)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가창을 새로 실험하고 연마하고 시도했습니다. 그는 “노래 부를 때는 단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스토리텔러의 입장에서 노래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같은 노래라도 늘 부르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수 윤종신도 그의 주장을 이렇게 뒷받침합니다. “박정현에게 스킬은 두세 번째 문제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리 없는 목소리를 타고난 데다, 노래를 ‘연기’하는 데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나가수’에서 그의 선전은 가수가 발휘한 ‘의외성’이 한몫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150㎝의 작은 키에서 뿜어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 환한 미소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씨, 식상함을 음악의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는 고집…. 오늘 그를 재발견합니다.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