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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평균 7∼8%대의 시청률로 다수의 외면 속에 소수의 극찬을 받는 프로그램입니다. 한때 이 프로그램은 보는 이의 24시간을 제어할 만큼 강한 집중력을 자랑했습니다. 방송 다음 날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엔 ‘나가수’ 얘기하느라 뭘 먹을지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쉽게 연출되기도 했으니까요. ‘나가수 효과’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멤버가 바뀔수록, 경연이 치열해질수록 서서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재미없다”는 말이 종종 온·오프라인을 통해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가수’는 톱스타의 경연이 주는 짜릿함, 2회 경연 합산점수의 긴장감, 장르 다변화를 통한 신선함 등 그럴싸한 만족의 최대치를 하나씩 부여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최근 갈수록 만족도가 떨어지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젠 ‘경연’ 자체도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연만으로 긴장감과 감동을 집중적으로 선사할 수 있는 초기의 특징들이 갈수록 힘을 잃는 것은 ‘경연’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으로 특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경연은 보고 듣는 순간은 좋지만, 어떤 시청자의 생활의 일부로 작용하긴 힘듭니다.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톱밴드’ 같이 아마추어리즘을 통해 ‘내 그림자’를 보는 밀착형 프로그램에서 ‘나가수’는 사실 일찌감치 거리를 두고 시작했습니다. 수준 높은 가수들의 대결이 대중에게 던지는 흥미 자체는 최고라 할지라도, 대중과 ‘교감’하는 대목에서도 최고였는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세 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우선 가수들끼리의 친밀도가 ‘경연’의 흥분지수를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경쟁자들은 친목단체 회원처럼 서로를 응원하고 깊은 예의를 표시합니다. 살얼음판 같은 풍경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이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경연이 시작되고 나서도 마치 ‘순위는 의미없다’고 웅변하는 듯합니다.

선곡과 편곡도 문제입니다. 주로 예전 곡들을 21세기 버전으로 ‘과하게’ 편곡하다보니(모든 곡이 그렇지는 않지만), 원곡의 질감을 알고 있는 청자들에게 불편함 또는 의아함을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른바 ‘편곡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식상함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입니다. 청중평가단은 ‘투표’만 하고, ‘비평’하지 않습니다. 평가단의 작지만 솔직한 심사평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함께 수긍하거나 반감을 표시하는 색다른 탈출구가 필요할 듯합니다. ‘독설 청중’ ‘스타 청중’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백인 시대에 소외 받은 흑인이 만든 ‘솔 트레인(Soul Train)’은 일반 아마추어 춤꾼들을 등장시켜 수십년간 시청자들의 백배 공감을 얻은 미국의 최고 인기프로그램이었습니다. 비결은 간단합니다. ‘그들만의 잔치’이길 처음부터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