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나가수’가 지금의 시스템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출연할 의사가 없어요. MBC 측에서 아직 공식 제의도 오지 않은 상태에서 왈가왈부할 건 아니지만, 온다고 해도 단호히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라이브의 황제’ 이승철(45)은 1일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MBC ‘나는 가수다’의 출연과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승철은 한 케이블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나가수’가 점수와 순위를 매기는 것에 반대 입장이었지만 도전 정신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싶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고, 이는 바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승철 출연설’로 확대됐다.

이승철의 출연 여부를 두고 골수팬과 일반인들의 찬반은 크게 엇갈렸다. 그가 이런 가열 논란에도 출연에 대한 거부 입장을 확실히 밝힌 것은 ‘지금의 시스템’ 때문이다.

“저와 안 맞는 가장 큰 문제점은 출연 가수들이 ‘남의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에요. 가수들이 리메이크 음반을 내면 ‘날로 먹었네’ 하며 좋지 않은 시각을 보내면서 왜 의미 있는 라이브에서 자신의 노래가 아닌 ‘남의 노래’로 평가받아야 하느냐는 것이죠. 마치 노래방에서 ‘노래자랑하듯’ 하는 모양새가 조금 불편해 보였어요. 그리고 그걸 순위 매기는 방식도 마음에 안 들었고요.”

이승철은 어떤 무대에서도 ‘남의 노래’ 안 부르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순위를 매기는 방식에서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애매모호하다는 것도 그가 출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 그는 “케이블방송의 허름한 프로그램이라도 노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기꺼이 나갈 수 있지만, ‘나가수’의 지금 형식에선 출연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승철은 그러나 ‘나가수’의 장점들도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죽어 가던 가요계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잖아요. 덕분에 콘서트 문화가 활성화되고, 가려진 좋은 뮤지션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잖아요. 지금까지 가요계는 잘록한 허리 구조로 중년 가수와 아이돌 두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는데, ‘나가수’로 인해 허리가 많이 두꺼워지는 걸 절감하고 있죠.”

이승철은 시즌 2나 3에서 시스템이 변화하고 공식 제의가 들어오면 출연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두겠다고 했다.

“‘나가수’의 출연 여부를 네티즌이 결정하거나, 안 나간다고 욕 얻어먹는 구조는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티스트가 진짜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나가수’가 우려했던 것보다 점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출연 자체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어 두고 있는 셈이죠.”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투어 스케줄이 꽉 찬 이승철은 사이사이 엠넷 ‘슈퍼스타K 3’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데 이어 11월쯤 11집도 낼 계획이다. 원조 ‘독설’ 심사위원으로 유명했던 그는 “이번 지역 예선에서 심사를 해 보니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 참가자들의 수준이 가장 높은 것 같다”면서 “시즌 3에선 독설은 거의 사라지고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멘토 같은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전했다. 새 음반은 언플러그드 분위기에 록 발라드가 첨가된 ‘이승철표 음악’의 재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