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파워’ 시대 열렸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권미라기자 fairyoo@

21세기 ‘파워’는 펜 대신 키보드에서 나온다. 정보기술(IT) 발전과 대중화에 따라 ‘전자 민주주의’‘디지털 유목민’ 등이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주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가 급속히 확산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뿌리를 내리면서 전세계인들이 동시에 보고 듣고 소통하는 명실상부한 동시간대권 시대가 가능하게 됐다. 전자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스마트 파워’의 거센 열풍 속에 금력(金力)과 인맥(人脈)등을 기반으로 하는 권위주의적 기성권력은 호된 도전에 직면해 있다.

◆ 저항의 도구된 소셜미디어 = 지난 2009년 이란 대통령선거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사태가 전세계적 파장을 일으킨 데는 현지인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생생한 시위현장 동영상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해외언론의 현장 접근을 철저하게 막았지만, 시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경찰이 최루탄을 쏘거나 곤봉을 휘두르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블로그, e메일, 트위터, 유튜브 등에 올려 외부로 전달해 세계 언론들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테헤란 중심가에서 시위에 나섰다가 민병대원이 쏜 총탄에 가슴을 맞고 사망한 여대생 ‘네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삽시간에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에 퍼지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위키리크스가 일으킨 공익과 알 권리간의 대립,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핵티 비스트(해커 + 액티비스트)가 보여주는 무정부주의, 포퓰리즘 등의 문제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보수 유권자단체 ‘티파티’도 소셜미디어 덕분에 단기간내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티파티의 과격한 보수주의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가능해진 정치권력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12월 영국에서 정부의 등록금 인상 방침에 분노한 학생들은 트위터를 이용해 경찰의 봉쇄를 피해다니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따뜻한 디지털 기술 = 지난 1월 아이티사태는 소셜미디어의 위력이 하나의 응집된 힘으로 나타나는 계기가 됐다. 기존 언론매체들이 지진피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아이티 현지 주민들은 휴대전화로 촬영한 참상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동영상으로 올려 신속하게 외부세계에 알렸다. 초점이 맞지 않고 마구 흔들리는 영상들은 전문가가 찍은 세련된 뉴스화면보다도 더 생생하게 공포감과 절망감을 담아내 전세계로부터 아이티 구호의 손길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지난해 2월 칠레 강진사태에서도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는 인도주의 메시지를 신속하게 퍼트리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대규모 재해를 계기로 기부 활동에서도 온라인 모금과 트위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 위키리크스 사태와 정보의 개방성 = 미국 외교전문을 폭로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위키리크스 사태를 통해 국가 권력의 정보독점 또는 통제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1년여 동안 폭로한 문건은 이라크 주둔 미군 무인전투헬기의 오폭사건을 비롯해 이라크전 비밀문서 약 40만건, 이라크전 문건 9만건, 미 외교전문 25만건 등 무려 75만건에 이른다. 디지털 기술이 아니면 도저히 입수, 분석이 불가능한 엄청난 양이다.

규모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더이상 ‘비밀’이 존재하지 않는 철저한 ‘개방’시대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혁명적인 변화에 과연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미래 권력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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