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반응은 19일 밤 백악관 성명으로부터 시작됐다. 한국의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결과 발표 직후 최초의 미국 반응이다.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 성명을 채택한 것은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워싱턴에서는 6자회담의 빈 공간을 한미동맹이 메우고 있으며, 천안함 공조를 계기로 강력해진 한미동맹은 향후 동북아 정책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백악관과 국무부의 쌍포 가동 = 미국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대응에 백악관과 국무부가 한꺼번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고, 국무부는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방문을 통해 천안함 외교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백악관 성명은 미국 시간으로 19일 오후 10시에 발표됐다. 한국의 조사발표시간 직후를 맞춘 것이다. 백악관이 밤시간에 특정한 성명을 낸 것도 이례적이다.

국무부의 대응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직접 맡았다. 클린턴 장관은 20일 미국을 떠나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9일 브리핑을 통해 “클린턴 장관의 아시아 방문 목적과 이유 중 하나는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발표 이후) 다음 단계에 관해 한국, 중국, 일본과 최상의 협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 사건 대응이 클린턴 장관 아시아 방문의 주요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천안함 침몰 사건 대응 외교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며, 향후 대응에 중국의 동참을 설득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캠벨 차관보는 향후 대응과 관련,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부와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도 고려되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 한미동맹이 동북아 외교의 전면으로 =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조사와 대응은 한미동맹을 재확인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미국 주도의 한미동맹이 아니라 상호 필요성에 의거한 수평적 한미동맹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폭과 질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아니었다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자칫 국제적으로 위축될 우려마저 있었다.

북한의 강력한 부인과 중국, 러시아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공조해 정면돌파를 함으로써 여타 국가들은 한미동맹을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동북아 외교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