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정부의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면서 중국이 천안함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그동안 천안함 관련 사안이 언급될 때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구체적인 증거 제시’를 주장해온 중국이 한국의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 ‘북한 어뢰에 의한 공격’이라는 명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식구 감싸기냐, 대국 이미지 회복이냐’를 놓고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은 20일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국제사회가 ‘대국 중국’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이 제시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놓고 북한을 무조건 감쌀 것인지, 북한의 잘못을 깨우치고 지적하면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할 것인지를 놓고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진 형국”이라고 말했다.

당장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중국이 단순한 편협적인 국가가 아니라 국제 평화와 국제질서에 긍정적으로 역할을 취하는 대국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된다.

여기에다 중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2008년 한·중정상회담에서 규정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한국과의 관계도 입증해보여야 한다. 여기에다 중국이 희망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도 천안함 침몰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는 쉽게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중국의 적극성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군사전문가이자 뉴스포털 왕이(網易)의 군사편집장인 황즈마오(黃治茂)도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약 2개월가량 조사하면서 전체의 조사과정은 아주 신중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북한 번호가 새겨진 어뢰 프로펠러 등 한국정부가 결정적 증거라고 찾아내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지만 천안함 초음파탐지기의 어뢰 소음에 대한 기록 부족, 북한의 어떤 잠수함으로 어뢰 공격을 했는지 밝혀내지 못해 북한의 어뢰공격 주장은 여전히 충분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러나 국제전략문제 전문가인 톈이펑(田一楓)은 “중국은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을 지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사실을 근거로 편견 없이 평화적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중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