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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6일 밤 온 국민을 경악에 빠뜨린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20일로 55일이 됐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유가족들과 사고 원인 조사와 대응에 바빴던 군과 정부, 함께 슬퍼하며 안타깝게 지켜봤던 국민들은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긴 시간의 강을 건넜다.

사건 당일 오후 9시22분. 금요일 밤의 한가로움과 여유를 일순간 깨뜨리는 뜻밖의 비보가 전해졌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승조원 58명 구조, 46명 실종’ 등의 뉴스가 이어지자 국민들은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과 실종된 장병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렸고, 군은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고원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이어 계속된 수색작업도 난항을 보여 추가 생존자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도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3월30일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던 해군특수전여단(UDT)의 베테랑 요원 한주호 준위가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4월2일에는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저인망 어선 ‘금양98호’가 작업 후 조업 구역으로 돌아가던 중 침몰하는 등 추가 희생이 이어졌다.

4월3일 실종자 중 처음으로 남기훈 원사가 시신으로 발견되자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수색작업을 중단해달라”는 대승적 결단을 하고 이를 군 당국에 요청한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나흘 뒤인 4월7일 천안함 사고 생존 승조원들이 국민들 앞에서 사고 상황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생존자들은 모두들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후 실종자 김태석 원사가 두 번째 시신으로 발견돼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은 이제 참담하다 못해 ‘시신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최소한의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후 중단과 재개를 거듭한 인양 작업 끝에 4월15일 천안함 함미가 인양되고 실종자 36명의 시신이 함미 안에서 발견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2함대 사령부로 돌아왔다. 함수 인양에 박차를 가하던 4월22일 함미에서 떨어져 나온 연돌 안에서 박보람 중사의 시신이 발견됐다. 4월24일에는 함수까지 인양했지만 안에서는 박성균 중사의 시신만 발견됐을 뿐, 이창기 준위 등 마지막 6인의 실종자는 끝내 부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함수 인양 후 4월25일부터 5일간 해군 최고의 예우인 해군장으로 ‘천안함 46용사’에 대한 장례가 치러졌다. 장례 후에도 이번 사고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원인 규명 작업은 계속 진행됐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침몰 해역에서 화약 성분, 어뢰 파편 등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들이 속속 발견됐다. 국방부는 20일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