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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입을 연 것은 거짓말 탐지기도, 프로파일러도 아닌 자신에게 형처럼 다가온 한 형사의 ‘진심’이었다.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수사본부는 지난 10일 김길태를 검거한 뒤 김 씨로부터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베테랑 수사요원들로 구성된 4개조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특별조사팀은 김에게 범행을 자백할 것을 압박하는 강경조와 김의 감정변화를 유도하는 온건조로 구성됐다.

온건조에 편성된 사상경찰서 강력팀 박명훈(49)경사는 김길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김 씨가 좋아하는 외제 담배를 건네며 직접적인 자백을 요구하기보다 그와의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박 형사는 수사 초기 김길태에게 “좋았던 기억이 있나?” “뭘 좋아하나” 등 개인적인 좋은 기억을 이끌어내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형사는 김길태가 현재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보다는 자신의 신변처리에만 관심이 있다는 프로파일러의 분석을 토대로 김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도록 대화를 이끌어 갔다.

두 딸의 아빠인 박 형사는 “나도 딸이 두명 있다. 이 양이 불쌍하다. 그 부모들은 잠을 못 잘 것 같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김길태가 피해자의 고통을 깨달을 수 있도록 감정변화를 유도했다.

또 생전 이 양이 전남 목포에 있는 외사촌에게 보낸 이 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착한 아이였다. 꿈이 많은 아이였다”며 김길태가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박 형사는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날을 김에게 들려주며 자신과 김이 비슷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며 동질감을 형성하는 대화를 주로 이어갔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김길태는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기 전 “만일 자신이 무언가를 자백하게 된다면 박 형사님 앞에서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14일 거짓말 탐지기와 뇌파 검사를 받은 김길태는 심적인 동요를 일으켰고 결국 “박 형사님을 불러달라”고 말한 뒤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김길태는 박 형사의 조사를 받는 동안 “내가 죽일놈이다. 이 양에게 미안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5일 이어진 경찰조사에서 김길태는 ‘자포자기’한 듯 그간의 행적과 이 양을 성폭행, 살해한 구체적인 사실을 털어놓으며 순순히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모든 진술은 박명훈 형사에게만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