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산 여중생 피살사건의 피의자 김길태가 이모(13)양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하기까지는 3 ~ 5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찰의 수사발표 내용을 토대로 김의 살해 및 납치, 시신유기 전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김길태는 지난 2월24일 오후 7 ~ 9시 사이에 이양의 집 다락방 창문으로 침입해 혼자 있는 이양을 납치했다. 당시 집에는 어머니와 오빠가 자리를 비워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김은 이양을 납치해 직선으로는 50m거리인 예전 점술집 폐가(덕포동 215-××)로 끌고 갔다. 폐가에는 다른 빈집들과 달리 상태가 온전해 이불과 가구 등이 있어 성폭행하기에는 적합한 장소로 김이 미리 노려왔던 곳이다.

김은 이양의 다세대주택 바로 옆 빈집에서 수일간 라면을 끓여 먹으며 기숙하면서 이양을 범행대상으로 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은 “이양을 미리 알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김은 이양을 위협해 성폭행했다. 이양이 반항하며 비명을 지르자 주변에 발각될까 두려워 손으로 이양의 입과 코를 막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은 빈집 밖으로 나와 사체 처리 장소를 살펴보던 중 맞은편 수십m 지점에 파란 보일러 물탱크가 보이자 이곳에 시신을 감추기로 마음먹었다. 김은 살해장소 집에서 구한 전자매트포장용 비닐가방으로 이양 시신을 보이지 않게 포장했다.

이어 김은 이양의 옷 등 소지품을 비닐봉지에 쌌다. 시신이 들어 있는 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한 손으로는 옷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약 39m(출입구간거리) 떨어져 있는 덕포동 빈집 담벽에 시신을 옮겼다.

김은 빈집 옆의 지붕 모서리 부분에 있던 보일러용 물탱크 뚜껑을 열고 사체가 들어 있는 가방을 먼저 넣었다. 사체가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인근의 파란대문집 뒤뜰에 있던 백색 시멘트를 물과 섞어 물탱크 안에 붓고 주변에 있던 타일 등으로 뒤덮었다.

김은 담을 넘어 그동안 있던 덕포동을 벗어나 일단 최대한 먼곳으로 도주했다. 현장에서 버스를 타고 주례 방면으로 수㎞ 이상을 벗어나 2월25일 오전 7시58분부터 오후 1시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공중전화로 친구와 지인들과 10여회에 걸쳐 전화 통화를 했다.

한 친구에게는 울부짖으며 자신의 신세 한탄을 했고, 목포에서 사업을 하는 한 친구에게는 “네가 있는 곳에 가서 일을 할 수 있느냐”며 도피 장소와 은신처를 알아보기도 했다. 이후 김은 도피가 여의치 않자 평소 지리가 밝은 덕포동으로 다시 돌아와 빈집과 옥상 등을 숨어다니며 경찰의 추적을 피해 왔다.

부산 =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