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 이후 부산 여중생 이모양 살해사실에 대해 줄곧 부인해 왔던 김길태가 5일만에 모든 범행을 실토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김이 이양 살해에 대해 입을 연 것은 거짓말탐지기 양성반응 등이 나온 데다가 15일 예정됐던 어머니와의 면담을 앞두고 심리적 압박으로 더 이상 도망칠 구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검거된 김길태는 식사로 자장면을 요구하는 등 자신이 흉악범죄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뻔뻔한 행동을 보여 왔다. 심지어 이양 시신에서 본인의 디옥시리보핵산(DNA) 검출사실을 들이대도 “나는 모른다. 법대로 하라”며 배짱을 부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의 모르쇠 행태는 친구와의 면담에서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은 지난 11일 오후 가까운 친구와의 대면에서 ‘울컥’하며 눈물을 보이는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

또 12일부터 투입된 범죄심리분석가(프로파일러)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13일 밤부터는 잠을 잘 때 이불로 얼굴을 뒤집어쓰는 등 처음과는 달리 뒤척이는 시간이 많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14일 오전에 벌어진 김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뇌파검사 역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부산지방경찰청 조사실에서 이양의 사망 추정장소 1곳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아느냐”고 묻는 조사관의 질문에 김은 “모른다”고 답했지만 거짓말탐지기에는 ‘거짓’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거짓말탐지기 조사 직후 김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양이 옆에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어머니와의 면담 추진 역시 김이 이번 범행을 자백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로 꼽힌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