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내년에 인터넷과 휴대전화 감청을 위한 장비를 대량 추가구입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밀수 적발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장비 구입가가 다른 부처보다 비싸게 책정됐고,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관세청 직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점을 들어 일각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2010년도 세입세출예산안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재정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관세청은 내년도 과학수사장비 확충예산 273억5800만원을 책정하고 이중 인터넷과 전화통화 내용을 감청하기 위한 장비(밀수 단속 특수 차량 대여료 9억9000만원, 모바일 포렌식 장비 구입비 10억5963만원) 구입에 모두 20억4963만원을 배정했다.

특수차량은 범죄자가 사용하는 팩스나 전화는 물론, 인터넷 e메일과 채팅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감청할 수 있는 장비로 한 대당 구입비가 15억원 가량, 대여료도 연간 3억3000만원에 달한다. 관세청은 내년부터 5년간 모두 3대를 빌려 사용할 방침이다. 모바일 디지털포렌식 장비는 휴대전화에 남아있는 문자메시지 등 범죄 증거물을 분석하는 장비로 한 대당 1억7600만원 가량이며, 관세청은 현재 보유중인 디스크 포렌식 장비 5대 외에 추가로 6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재정위 전문위원들은 “특수차량은 1억6500만원 가량, 모바일 디지털포렌식 장비 예산도 다른 부처 구입가보다 비싸게 책정돼 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위 의원들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위의 한 의원은 “관세청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의혹으로 검찰조사까지 받았다”며 “허술한 정보의식으로 ‘제2, 제3의 천성관 사태’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장비 사용 결재라인을 전산화해서 누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기록으로 남길 계획”이라며 “잘못 사용되지만 않으면 밀수 적발에 대단히 유용한 장비들”이라고 말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