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공권력 ‘깨진 유리창’ 불법 폭력시위가 극에 달한 가운데 26일 밤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골목에서 시위대가 경찰이 차단벽으로 설치한 경찰차량을 부수고 밀어 넘어뜨리려 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26일 밤과 27일 새벽, 서울 도심은 ‘무법(無法) 시위’로 뒤덮였으나 연행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다. 외국인 투숙객이 묵는 도심의 호텔이 시위대에 난입당하고, 언론사 유리창이 파손되며, 경찰이 무장해제돼 끌려다니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서울 도심에서 밤마다 벌어지고 있는데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은 청와대를 지키는 데 급급하고, 국회를 뛰쳐나온 야당 의원들은 무법시위를 두둔하는 데 열정을 할애하고 있다. 불과 3000여명의 시위대에 온 나라가 끌려다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이 땅에 공권력은 존재하는 걸까’하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6일 오후 5시부터 서울 태평로 덕수궁 앞에 집결한 시위대는 오후 8시쯤 경찰 추산 3000명(주최측 추산 5만명) 정도의 세를 확보한 뒤 ‘이명박, 국민들과 한번 해보자는 거냐’고 쓰인 현수막을 앞세우고 청와대 방향으로 가두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대는 진출을 막는 전·의경들에게 유리병, 모래, 돌 채운 페트병, 돌 등을 던졌고, 경찰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저지했다. 시위대는 전·의경들을 대열에서 끌어낸 후 장비를 해체한 뒤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26일 새벽에는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새총까지 등장해 마우스 볼(구슬)을 쏘았다. 일부 시위대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에 몰려가 유리문을 깨고 오물을 투척했다. 코리아나호텔로 몰려든 시위대는 쓰레기와 계란을 던졌고, 호텔 직원을 끌어내 폭행했으며, 호텔 현관 유리문을 파손했다.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사진부 변모 기자가 시위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실신하기도 했다.

광화문이 해방구로 방치되는 것은 청와대 진격을 막는 데 급급한 경찰의 이상한 경비방식 때문이다. 경찰은 광화문 네거리에 경찰차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대 진입을 막았으나 시청과 세종로 일대는 그대로 방치했다. 호텔에 시위대가 난입해도 지켜볼 뿐이다. 경찰은 청와대로 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했으나 시위대를 고립시키는 게 아니라 청와대를 고립시키는 작전 같았다.

경찰은 이날 사상 유례없는 과격시위에도 불구하고 1명만을 연행했다. 이날 시위는 26일 오후 5시에 시작돼 27일 오전 7시까지 14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불법시위에 대해 현장체포에 나서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은 헛구호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작전이 시작되면 뒤로 빠지니까 현장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김상희, 이종걸, 안민석, 강기정, 김재윤, 김세웅, 최규성의원 등 통합민주당 의원 7명은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을 막는다면서 청계광장앞 태평로에서 ‘인간띠’를 만들어 경찰과 대치했다.천정배 의원은 시위현장을 찾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자 여기 왔다. 힘내시라”고 말했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