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갈수록 과격·폭력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폭력을 주도하는 세력의 실체가 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비폭력’을 외치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 촛불시위를 주도해 온 단체 관계자들과도 뚜렷이 구분되지만, 그 실체가 불분명해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

26일 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촛불시위에서는 유난히 폭력적인 성향을 띤 몇 무리의 남성 시위대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장갑을 착용한 이들은 20여명씩 떼지어 몰려다니며 경찰 버스를 두드리고 전경들을 향해 모래를 뿌리는 등 폭력을 주도했다. 이들이 몰려다니며 경찰버스 바퀴에 줄을 감으면 주위에 있던 시위대가 결합해 차를 끌어내는 식의 양상이 반복됐다. 조선일보 건물의 코리아나호텔 직원 폭행 때에도 영문 글씨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은 한 젊은 남성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이 남성은 시위 초반부터 조선일보사 앞에 진을 치고 있더니 호텔 직원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을 주도했다. 25일 밤 시위에서는 심지어 새총을 들고 나와 철제 마우스볼을 쏴 대는 시위대도 있었다. 이는 근거리에서 사람을 맞출 경우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기다.

경찰은 사진 채증 등을 통해 이들 폭력시위 주동자를 검거, 사법처리할 방침이지만 신원 파악이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존의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한 사람이라면 비교적 쉽게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쪽은) 아니다”며 “온라인 상에서 폭력시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직접 거리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폭력시위 주동자는 대부분 20~30대 젊은 남성이고 일부 중년층도 섞여 있다”면서 “진압이 시작되면 뒤로 빠져나가 현장에서 검거하기가 쉽지 않고, 붙잡는다 해도 단순히 참가한 무직자라고 주장하면 신원을 상세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전문적인 ‘데모꾼’외에도 최근 경제상황과 자신의 처지 등에 불만을 품은 이른바 ‘사회 불만세력’이 폭력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쇠파이프를 휘두르다 체포됐던 시위대 중에는 노숙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