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7일 새벽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촛불시위 참가 시민들이 청계광장에 전시됐던 6·25전쟁 당시 미군의 활약상이 담긴 기록물을 불태우고 있다. 곽성호기자

두 달 가까이 촛불시위가 계속되면서 광화문 인근의 교통통제 구역 안의 가게들은 장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차벽과 촛불 시위대에 길이 막힐 걱정에 직장인들이 일찍 귀가해 저녁만 되면 유령 상가가 돼 버리는 것이다. 차벽 밖에 위치한 상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위대 인원에 상관없이 차벽 뒤로 물러난 경찰 때문에 한달 가까이 세종로 사거리는 밤마다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다. 차량 소통이 안 돼 버스들이 멀찍이 돌아가니 세종로 인근 종로거리에 위치한 상가들은 손님 구경하기 힘들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촛불 시위대의 단골 행진로에 있는 상가들 역시 시위대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 시청광장에서 남대문, 명동, 종로 거리를 돌아 세종로 사거리로 이어지는 동선이 촛불 시위대의 단골 행진로다. 종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시위 행렬이 매일밤 같은 곳을 지나니 아예 이쪽으로는 사람들 발길이 끊기는 것 같다”며 “나도 촛불시위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한달째 매출이 줄어드니 이제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위치한 K아파트에 사는 정모(35)씨는 최근 거처를 서울 강동구의 부모님 집으로 옮겼다. 통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이사를 왔지만 연이은 촛불시위로 아파트로 진입하는 골목이 통제돼 최근 20여일 중 제대로 집에 들어간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촛불집회를 할 때면 코앞에 위치한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 서울 시내를 돌고 돌아 몇시간 만에 겨우 들어간다”면서 “간혹 일찍 집에 들어갔다가는 옴짝달싹 할 수 없이 갇혀버리니 촛불시위 때문에 이도저도 할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50일 넘게 이어지는 촛불시위로 인해 광화문과 삼청동 등 시위현장의 교통이 거의 매일 통제돼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차벽에 의해 막히는 지역과 촛불 시위대의 단골 행진로에 위치한 상가들 역시 한숨만 내쉬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 1일부터 매일 밤마다 세종로 경복궁 방향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있다. 지난 5월31일 경복궁역에서 시위대에 저지선이 뚫릴 뻔한 이후 경찰은 거의 매일 밤마다 세종로를 막고 사직터널과 동십자각 부근 등 청와대로 통하는 모든 도로에 차벽을 세워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의 교통 통제 구역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매일 밤 차벽에 갇혀 지내고, 엄청난 교통체증을 뚫고 서울 도심을 우회해야만 귀가할 수 있다.

한동철기자 hhand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