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7일 새벽 서울 종로구 신문로 시위 현장에서 시민들이 산업용 공구인 철근절단기를 이용해 경찰차량의 창살을 뜯어내고 있다. 곽성호기자

26일 오후부터 27일 오전까지 이어진 촛불시위는 전날에 이어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 폭력을 행사하던 일부 참가자들에게 ‘비폭력’을 외치며 자제를 호소하던 촛불집회 초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비폭력 하려면 집에 가라”는 목소리만 높았다.

26일 오후 5시40분쯤 보건의료노조 200여명이 서울 시청광장 옆 태평로를 점거하면서 이날 시위가 시작됐다. 6시부터 민주노총 노조원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이 시작됐고, 자연스럽게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퇴근길 도심은 이른 시간부터 극심한 교통정체에 시달렸다.

8시20분쯤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 모인 시위대는 “조선일보 폐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쓰레기와 계란을 던졌다. 시위대는 이 과정에서 호텔 직원을 집단 구타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동아일보 사옥 앞에도 2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경찰과 격렬히 대치했다. 시위대는 전경을 폭행하고 돌을 던져 1층 유리벽을 파손했다. 이날 밤 11시10분쯤 신문로 옆길에서는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사진부 변모 기자가 시위대 200여명에 둘러싸여 카메라를 뺏기고 폭행을 당했다. 시위대는 변 기자를 동아일보 사옥까지 끌고 간 후 풀어줬고 변 기자는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갔다.

27일 오전 12시45분에는 코리아나호텔 출입문을 깨는 시위대에게 항의를 한 30대 후반의 여성이 30분 넘게 시위대에 둘러싸여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 여성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몰아붙였고, 여성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자 계란을 뒤집어 씌우기까지 했다.

새총과 벽돌, ‘고추냉이 물총’ 등 새로운 폭력 수단들이 시위대의 환호 속에 사용되는 등 경찰에 대한 공격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26일 촛불시위에서는 경찰의 차벽으로 인해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인 접촉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공격할 수 있는 일종의 ‘화학탄’이 등장했다. 이날 시위에서 일부 시민들은 차벽 위의 경찰을 향해 완구용 물총에 고추냉이 분말 가루를 탄 물을 넣어 만든 ‘고추냉이 물총’을 사용했다. 또한 비닐에 까나리액젓을 담은 ‘까나리액젓 폭탄’도 계란과 함께 경찰에게 던져졌다. 차벽 너머 경찰을 겨냥해 던지던 투척수단도 위협적으로 바뀌었다. 빈 물통을 던지는 것에 불과했던 데서 물을 반쯤 채운 1.5ℓ짜리 페트병과 돌을 채운 페트병 등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위협적인 투척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기습적으로 경찰의 방패와 헬멧을 빼앗는 기습작전도 생겼다. 26일 촛불시위에서 20여명의 시민들은 세종로 사거리 일대의 골목들을 돌아다니며 경찰버스 차벽의 조그만 빈 틈을 통해 경찰의 방패를 빼앗았다. 거친 몸싸움으로 전경들을 끌어내 무장해제 시키는 전략도 다시 등장했다. 시위대는 전경을 한명씩 끌어내 무장해제 시킨 뒤 시위 현장 인근에 억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촛불시위에는 새총과 벽돌이 등장했다. 26일 새벽 촛불 시위에 참가한 시민 한 명은 컴퓨터 마우스에 들어가는 금속공을 새총에 걸고 경찰을 향해 발사했다. 경찰은 새총을 사용하는 시위대의 사진을 공개하고, 새총으로 인해 경찰 1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폭력을 바라보는 시위대의 인식도 변했다. 대책회의 관계자와 일부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쳤지만 전혀 호응을 받지 못했다. “비폭력 하려면 집에 가라”, “갈 데까지 갔는데 무슨 비폭력이냐”는 목소리에 금세 묻혀버리고 말았다.

조성진·한동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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