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천장암 법당. 이 건물 오른쪽 뒤편의 구석방에서 경허 선사가 수행했다.

근대 이후 한국 불교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이로 경허(1846~1912) 스님과 성철(1912~1993) 스님을 꼽을 수 있다. 경허 스님이 조선 중기 이래 맥이 끊기다시피한 한국 불교의 선맥을 중흥시켰다면 성철 스님은 해방 뒤 현대 한국 불교에서 선풍을 크게 일으킨 주인공이다. 두 스님 모두 용맹정진 끝에 큰 깨침을 얻은 선승이로되, 교학에 밝다는 점도 닮았다. 한국 근·현대 불교의 거목인 두 스님의 흔적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산사는 어디일까.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경허 스님은 공주 계룡산 동학사와 서산 연암산 천장암에서 깨침을 얻은 뒤 수덕사, 개심사, 마곡사, 태고사, 갑사, 법주사 등 호서권의 사찰과 범어사, 해인사, 화엄사, 송광사, 천은사 등 영·호남의 사찰을 두루 주유하며 선원을 개설하고 수좌들을 지도했다. 이후 다시 천장암으로 돌아온 스님은 수월, 혜월, 만공 스님 등의 선지식을 길러낸 뒤 오대산 월정사와 금강산을 거쳐 함경남도 안변의 석왕사에서 잠시 머문 뒤 자취를 감추었다. 제자들이 스님을 찾은 것은 머리를 기르고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스님이 입적한 뒤였다.

성철 스님은 해인사에서 출가, 전국의 내로라하는 수행처에서 용맹정진을 거듭하다 동화사 선방인 금당에서 확철대오하고 깨달음의 노래를 불렀다. 이후 문경 봉암사에서 청담, 자운, 월산 스님 등과 함께 한국불교를 바로세우는 결사를 주도한 성철 스님은 경남 통영 안정사 위의 천제굴을 거쳐 파계사 성전암 등지에서 산문 밖을 나서지 않으며 장좌불와했다. 이후 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에 주석하며 해인사 방장과 조계종 종정으로 한국 불교의 선풍을 일신했다.

이들이 거쳐간 여러 사찰 중에서도 서산 연암산 천장암과 팔공산 성전암은 특별하다. 불기 2552년 부처님오신날, 한국 불교의 두 거목의 깨침과 인연이 있는 사찰을 찾아 이들의 구도 정신을 느껴보면 어떨까.

이미지 크게보기 동화사 금당암. 성철 스님이 깨달음을 얻고 오도송을 부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