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억류돼 있는 한국인 19명 중 일부가 이르면 오늘 중 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8일 문화일보 통신원 임티아즈 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에 조만간 19명의 인질을 풀어줄 것”이라면서 “내일(29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이어 “향후 2, 3일 안에는 인질들을 석방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인질들을 한꺼번에 풀어줄 것인지, 그룹으로 나눠 풀어줄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측 협상대표인 물라 카리 바시르도 29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중으로 인질들의 석방 시기와 방법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바시르는 이어 “인질들이 여러 장소에 분산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협상에 참석했던 가즈니지역 부족지도자 하지 자히르는 “한국은 10명, 9명씩 2차례로 나눠 석방하라고 요구했지만 탈레반이 3, 4명씩 석방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인 인질 19명은 지난 13일 여성인질 김경자(37)·김지나(32) 등 2명이 풀려난 것과 유사하게 3, 4명씩 나눠 순차적으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질들이 교통이 불편한 산악지대에 억류돼 있는데다, 탈레반이 자신들의 안전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48분부터 7시20분까지 열린 대면 접촉에서 피랍자 전원을 석방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이번 합의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들도 이날 한국 정부와 탈레반이 아프간 가즈니주 가즈니시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 사무소에서 열린 대면협상에서 한국인 인질 19명 전원 석방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파지와크 아프간 통신 역시 이날 양측이 ▲올해말까지 한국군 등 한국인 전원 철수 ▲기독교 선교단의 아프간 입국 금지 ▲8월말까지 한국인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전원 철수 ▲출국하는 한국인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 중단 ▲탈레반의 인질 - 수감자 맞교환 요구 철회 등 5개 항목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