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해결까지 41일째 이어진 지리한 협상 과정에 개입한 인물들은 누구일까.

탈레반은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반면, 아프간 가즈니주 주지사는 신뢰를 잃었다. 또 중재 역할을 한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 탈레반은 ‘주목’, 아프간 주지사는 ‘불신’ =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로는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를 꼽을 수 있다. 사실상 국내 언론은 물론 모든 외신들이 아마디의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 기사화했고, 탈레반 홍보전략에서 핵심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처음에는 아마디 발언의 신빙성을 의심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등 탈레반 최고 지도부의 역할도 중요했다. 최고지도자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탈레반 지도부는 내부 강경파의 인질에 대한 극단적 요구를 잠재우는 데 성공하면서 대외적으로 탈레반 조직의 권위체계를 알린 것. 또 한국인들이 피랍된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 사령관 압둘라 칸도 이번 인질 사태로 입지를 굳혔다. 탈레반 측의 대면 협상단인 카리 바시르 등 2명은 지난 10일 탈레반으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협상을 대체적으로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가즈니주 주지사 미라주딘 파탄은 여러 차례 협상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했다가 ‘오보’로 판명되면서 신뢰를 잃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으로 활약한 압둘 살람 로케티 하원의원과 와히둘라 무자다디도 중간에 사퇴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추락했다.

◆ 적신월사 최대 공로, 사우디·인도네시아도 한몫 =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대면협상을 중재한 적신월사는 이번 사태 해결의 최대 공신이 됐다. 유엔이 중립·객관성을 이유로 중재에 미온적이었던 반면, 적신월사는 가즈니시에 위치한 사무소를 제공하는가 하면 지난 13일 여성인질 2명을 직접 인도받는 등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았다. 또 가즈니주 반디 아브 지역의 부족 지도자 하지 자히르는 여성인질 2명을 직접 적신월사에 인도한 데 이어,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입장을 전달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를 통해 탈레반을 압박한다는 한국 정부의 전략이 주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국가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는 28일 한국 정부와 탈레반의 대면 협상 재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도 이날 협상에 고위 관리 2명을 입회시키는 방법으로 협상 타결을 도왔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단체인 ‘나흐타둘 우라마’와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아랍연맹’ 등 이슬람권 국제기구·단체의 요청도 탈레반에는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