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언론들은 28일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자 전원 석방 합의 소식을 일제히 전하면서도, 탈레반의 약속 이행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탈레반이 인질들을 석방키로 한 배경은 분명치 않지만 “여성을 인질로 삼는 것에 대한 아프간 사회의 광범한 비판 때문에 대중적 입지 침식을 우려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탈레반이 과거에 돈을 받은 뒤 인질을 풀어주기도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정부관리들은 “탈레반이 한국 측과의 약속을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8일 청와대의 합의발표와 달리 인질들이 억류된 가즈니주의 주지사는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이어 미라후딘 파탄 지사를 인용,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며 “납치자 석방소식은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또 “아프간 외무부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고 탈레반 대변인은 연락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CBS 방송은 한국인 인질 19명 중 1차로 여성 3~4명이 28일 오후(미국동부시간) 석방되고 나머지 인질도 2~3일 내 석방될 것이라고 탈레반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속보를 전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인질들의 정확한 석방 시점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들은 한국인 인질과 비슷한 시기에 아프간에서 납치된 독일인 인질의 석방 여부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석방합의 발표를 반기며 인질들의 석방을 적극 환영한다”며 “무고한 민간인들이 풀려나 최대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선 한국 정부의 발표 이외에 추가 정보가 없다며 더 이상의 추측이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방 협상의 내용에 대해서도 정보가 없으며, 미국 정부는 “이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질범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국이 탈레반과 대면협상을 하면서 탈레반이 요구한 동료 석방에 대해 아프간정부가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몸값을 통한 해결을 모색해 왔다는 점을 들어, 만일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다면 앞으로 몸값을 노린 외국인 납치사건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29일 지적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