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국금속노동조합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저지를 위한 파업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가 공권력 동원 등 적극적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당초 정부의 엄정대처 방침이 ‘공언(空言)’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는 25일부터 호남·충청권 지역 17개 사업장에서 조합원 2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이어 26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수도권과 전남권 9개 사업장에서 조합원 3300여명(이상 노동부 추산)이 부분파업을 벌였다. 금속노조는 27일에는 영남권 31개 사업장에서 2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또 28, 29일 이틀간 전국에서 각각 4시간, 6시간씩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당초 계획했던 일정에 따라 한·미 FTA저지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금속노조의 불법 파업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밝혔던 공권력 투입은 낌새조차 없고 금속노조 지도부에 대한 출석요구서만 수차례 보냈을 뿐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극적인 업무거부의 경우 사후 사법조치 위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공권력 투입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경찰은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고발에 따라 25일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 등 노조임원과 19개 지부장 등 23명에게 1차로 출석요구서를 보낸데 이어 26일 2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이미 노조간부 체포에 대비해 사업장 농성, 지도부 사수조 편성 운영, 전면 총파업 등 강경대응방침이 담긴 긴급지침을 전국 지부에 하달한 상태다.

당초 정부는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엄정 대응을 수차례 공언했었다. 이상수 노동부장관, 김성호 법무부장관, 김영주 산업자원부장관은 지난 21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불법파업을 주도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불이익이 반드시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25일 “이번 파업에는 중간이나 사전에 공권력을 발동해 불법을 좌시하지 말자는 기류가 정부내에 팽배해있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이번 파업처럼 절차적 문제가 있는 정치파업의 경우 경제적 손실이 커지기 전에 공권력을 투입해 막아야 한다. 불법적인 노조활동에 대해 눈치만 보는 소극적인 자세가 불법행동을 부추긴다”며 “정부는 법에 따라 판단하고 원칙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민병기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