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야간 집행 가능’ 내용도 영장 담겨
공수처, 국수본과 경찰 동원 협의 중
체포되면 서울구치소 구금 예상


헌정사상 최초로 발부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집행될 수 있을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1일 내란 수괴(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유효기간인 6일 이전에 집행하겠다며, 대통령경호처가 이를 방해하면 직권남용·특수공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호처가 전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영장 집행 관련 사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대응 성격이 짙다. 경호처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출입 통제 등을 할 수 있다’는 대통령경호법을 근거로 관저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문을 잠그고 영장집행에 불응하는 자체가 공무집행방해라는 입장이다.

앞서 경호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대통령실·대통령 안가(안전가옥)·경호처 압수수색을 거부해 무산시킨 바 있다. ‘군사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전·현직 공무원이 소지·보관하는 물건이 본인이나 해당 공무소에서 직무상 비밀에 관한 것으로 신고한 물건일 경우, 소속 공무소나 감독관공서 승낙 없이 압수할 수 없다’는 취지의 제111조가 근거가 됐다.

이를 고려한 듯, 이번에 공수처가 체포영장과 별도로 발부받은 수색영장에는 "해당 영장의 경우 형소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영장 집행을 거부해 체포까지 불발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취해 놓은 셈이다.

공수처는 경호처가 그래도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 기동대 등 경찰 인력을 동원하는 방안도 국수본과 협의하고 있다. 오 처장은 "반대가 있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취할 것"이라며 "큰 소요가 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이번에 발부된 수색영장에는 ‘일출 전·일몰 후 야간 집행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과시간 외의 영장 집행에 대한 적법성 논란을 사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체포영장 집행은 공수처 검사가 윤 대통령에게 영장을 제시한 뒤 사본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피의사실 요지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를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 도주 우려는 사실상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갑까지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예상이 많다. 통상 수사기관 차로 이동하지만 경호 차원에서 경호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할 경우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 조사실에서 곧바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공수처는 신문을 위해 100쪽 이상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 주임검사인 차정현 수사4부장검사 중 누가 조사를 담당할지 등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조사 이외 시간에는 서울구치소에 구금될 예정이다.

만약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어려워 유효기간 연장이 필요하면 사유를 소명해 재청구하게 되는데, 공수처가 그 대신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