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노사상생의 문화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 3월23일 개최한 ‘포항제철소 한가족 노사화합 선포식’ 모습. 포스코 제공

‘회사 생존이 우선이다!’ 2005년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조종사 노동조합의 파업이 25일간이나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조종사 노조 파업 이후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임금 및 단체교섭(임단협)을 쟁의 없이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조종사 노조의 파업을 거치면서 파업은 노(勞)와 사(使)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 노사 손잡자 회사살림도 활짝 = 경남 창원의 S&T중공업(옛 통일중공업) 노조는 투쟁에 관한 한 한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강성 노조다.

지난해만 18차례, 67일간의 장기파업을 벌였을 정도다. 그러나 S&T중공업 노조의 분위기가 올들어 크게 바뀌고 있다.

사측과의 ‘대화 테이블’에 앉기 시작한 것이다.

S&T중공업의 노사 안정에는 근로자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도 영향을 미쳤다. 2005년 전체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321만4000주의 스톡옵션을 통해 직원 1인당 1000만~4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 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통했던 코오롱노조도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탈퇴한 데 이어 올 4월 창사 50주년을 맞아 경영진과 함께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했다. 1986년 5월 노조 출범 이후 21년 동안 단 한번도 파업이나 분규를 겪지 않은 대표적 노사 상생 기업인 SKC 노사도 올 6월 ‘항구적 무분규’ 대열에 동참했다.

◆ 무분규 선언 뒤 경영도 일취월장 = 노사상생 분위기가 조성되는 기업은 경영도 크게 좋아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창사 19년만에 처음으로 주당 15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주식회사가 주주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의 배려가 배당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과 직원들이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옥쇄 파업’까지 겪었던 쌍용자동차는 올초 전환배치(회사 측이 특정 차종을 만드는 근로자들을 사정에 따라 다른 차종의 생산 라인에 배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수용하면서 1분기(1~3월)에 92억원 흑자라는 놀랄만한 성과를 거뒀다. 판매가격 대비 생산원가도 몇 달 만에 79%로 뚝 떨어졌다. 경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동양그룹에 인수된 한일합섬 노조도 올해와 내년 2년간 단체교섭권을 회사에 전적으로 위임했으며, GS칼텍스와 LG필립스LCD 노조도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해 임금동결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 포스코, 동국제강 등도 노사화합 선언을 한 뒤 실적이 좋아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 안정은 세계 초일류 기업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이라며 “국제무대에서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노사관계가 불안하면 바로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기업이 세계 초일류로 발전하기 위해서 노사상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우리나라 노조도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