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더불어 기업의 성장을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노사는 근로자와 회사의 공동성장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의 틀을 잡아가야 합니다.”

박상규(43) 동국제강 노조위원장은 27일 “무한 경쟁시대의 노동운동 방향은 노사상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국제강은 1994년 산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했고 13년째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박 위원장은 주저없이 “노사간의 존중과 신뢰”라고 말했다. 그의 고민은 ‘회사로부터 무엇을 얻어낼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회사의 경영성과를 높일까’라고 한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매월 임원단 회의와 각 사업부 부서장급 회의 등 주요경영회의에 노조간부의 참여를 장려하고 경영현안을 공유하고 있다. 노조는 해마다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사측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

파업과 조합원의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묻자 그는 조합원들의 인식 변화를 강조했다.

“만족도가 높은 시점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그것이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를 통해 조합원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 나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파업 사업장이라고 해서 한순간도 노사의 대립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사 대립을 피하면서 생겨난 동국제강 노조만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이슈를 만들기보다는 그 문제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같이 고민합니다. 그래서 상시 대화, 토론(논의)을 합니다. 뒤에 무엇을 숨기고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놓고 문제를 해결해 간다면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80년대식 노동운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노조가 적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